[인터뷰] "10대 강국 중 농업에 약한 나라 없어…지금이 농업 혁신의 골든타임"

입력 2023-10-19 16:46   수정 2023-10-19 16:47

“우리나라 65세 고령 농업인구가 전체의 절반(2022년 기준 49.8%)입니다. 농가인구는 급속히 고령화하면서 줄어드는데 농업 생산 방식을 지금 바꾸지 않으면 한국 농업은 영원히 혁신 기회를 잃게 되고 선진국 진입도 발목이 잡힙니다. 반도체로 벌어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손쉬운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기병 경북대 교수(농생대 원예과학과)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10대 강국 가운데 농업이 취약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농식품 자급자족을 위해 농업이 버텨주지 못한 나라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농가인구가 급속히 고령화하는 지금이 대한민국 농업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역설했다. 임 교수는 “급격한 농업인구 감소로 인한 농업생산 감소를 막고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내에 현재의 밭을 경지 정리해 규모화하지 않으면 스마트팜과 같은 첨단 시스템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스마트팜과 같은 현대화 못지않게 밭의 규모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경상북도가 농업혁신 모델로 삼고 있는 네덜란드의 와게닝겐대에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유학한 경험을 살려 경상북도의 농업혁신을 위한 다양한 자문을 하고 있다. 경북대 농산업창업지원센터장도 맡고 있다.

▷왜 지금 농업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나.

“65세 이상 고령화된 농민이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농지와 농민이 줄어 양적 성장이 멈춘다면 질적으로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 한정된 농지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지 규모를 대규모화하고 기계화·스마트화해야 한다.”

▷대규모 농지를 확보하는 게 왜 힘든가.

“네덜란드의 농가당 농지 면적은 33.8ha로 한국(1.7ha)의 20배에 달한다. 대규모 농지가 있어야 기계화가 가능하고 2모작도 가능하다. 네덜란드의 농업소득은 8만달러다. 지금 우리나라 농업인이 영세한 것은 인력에 의존한 소규모 농업구조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부정형의 밭으로는 대량생산에 필요한 규모화도 기계화도 불가능하고 농업소득도 높일 수 없다. 최소 1만평 단위로 농지를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1만평 단위는 단일 소유주와 단일면적이 함께 필요한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고령농가가 많은 데다 대부분 영세농이어서 단시간에 대규모 농지 확보가 쉽지 않다. 고령의 농민이 돌아가셔도 자식들이 승계해 농지를 놀리는 경우가 많다. 들 한가운데 휴경지가 생기면 잡초가 순식간에 자라고 주변 농지까지 피해를 본다. 제초작업에 드는 인건비와 농약 등 영농경비가 30%를 넘는다.”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농민의 농업에서 기업형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 같은 정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기계화된 대규모 영농을 할 수 있는 기업(기업형 농민)을 중심으로 마을의 농가가 모인 농업기업(영농조합법인)이 농사를 짓는다. 농민(농지 소유주)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대규모화된 기계영농을 통해 배당금을 받는 구조다. 영농에 참여하는 농민은 부가 이익도 얻을 수 있다.”

▷식량자급률이 자꾸 낮아지고 있다. 대책은 무엇인가.

“정부가 2021년 자급률이 1%인 밀과 23.7%인 콩의 자급률을 2027년 각각 8%, 43.5%로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쌀은 50여 년간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왔다. 쌀은 기계화도 90%가 진전됐다. 성공 사례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쌀이 남는 상황인 만큼 밭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논은 쌀밖에 생산할 수 없지만 밭은 스마트팜에 필요한 시설원예, 옥수수, 콩, 캐놀라, 감자, 녹비작물 다 가능하다. 적용되는 농기계 시스템은 대동소이하다. 산재해 있는 밭을 경지 정리해 늘릴 수 있는 밭부터 규모화해야 한다. 트랙터와 드론이 작업을 할 수 있는 3000~1만 평으로 평탄 작업을 해야 노지든 온실 스마트팜이든 첨단농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농업은 한해 70조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농업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199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는 50, 60년 된 농업회사가 많았다. 가업승계 기업의 2, 3세들은 비농업 전공자들이 많았다. 회계사, 필립스 등 전자회사 출신 등 전문가들이 농업에 유입돼 혁신을 일으켰다. 네덜란드 농업혁신의 중심인 푸드밸리에는 1500개의 기업이 있다. 이곳에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도 있고 스타트업도 있다. 기업과 농민이 서로 역할을 맡아 농업혁신을 앞당기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 농업이 로봇 드론 센서 등 4차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해 첨단산업으로 바뀌는 만큼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농업카이스트와 같은 기관을 통해 기술 개발과 함께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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